저는 첫째 때 자연분만을 했고 둘째 때 제왕절개를 했어요. 둘째 아이가 역아라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40% 이상이 제왕절개를 한다고 합니다. 제 주위에도 보면 대부분 제왕절개이고, 병원 조리원에 있어보니 자연분만 반, 제왕절개 반 이더라고요.
첫째 때 자연 분만의 고통이 생각나 둘째 임신 중 가끔 악몽도 꿨었는데, 다행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의사선생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첫째는 자연분만했는데 둘째는 제왕절개를 해야 돼서 너무 아깝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둘째 자연 분만은 진통 시간도 짧고 아이도 빨리 잘 나오기 때문에 할 만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자연 분만도 해보고 제왕절개도 해본 후기 들려드릴게요. 출산 경험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므로 참고만 해주세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자연분만은 일시불, 제왕절개는 할부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정말 적절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그 일시불이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자연 분만과 제왕 절개를 모두 경험해보니, 둘 다 너무 아프고 힘들었어요. 출산은 이래저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왕절개하고 실밥을 풀러 갔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두 번 다 해보았는데 둘 중 어느 게 낫냐고 물어보시길래, 둘 다 똑같이 너무 아프고 힘드네요라고 대답했네요. 우열을 가릴 수가 없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첫째때 자연분만의 고통은 사람의 이성을 끊어 놓고 그냥 짐승으로 만들어 놓을 정도로 아프고, 제왕절개는 정말 아프긴 아픈데 그나마 이성의 끈은 붙잡고 있는 정도였네요.
첫째는 초산이라 자궁문도 늦게 열려 진통도 오래 했고 그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둘째는 자궁문이 빨리 열려 많이 아프더라도 그나마 할만하다고 하더라고요. 주위 후기로는)
저는 첫째 출산 때 진통을 하며 소리 지르고 몸 비틀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살려달라고 난리도 피우고,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공포도 느꼈었어요. (체면이고 뭐고 없이 그냥 아파서 난리 납니다..)
촉진제를 맞으면 진통이 더 아프다고 하던데, 아마 촉진제까지 맞아서 더 아팠나 봐요. 그냥 도끼로 배를 난도질하는 고문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진통이 허리에는 안 오고 배에만 왔는데, 허리에 오는 진통은 더 어마어마하다고 하더라고요.
무통주사 맞을 때는 그냥 참을만한 고통인데, 무통 주사가 끝나면 고통이 쓰나미처럼 밀려옵니다. 무통 주사를 어느 정도 맞고 나면 출산 때 힘을 줘야 해서 더 이상 무통주사를 놔주지 않습니다. 그땐 정말... 아파 죽는 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네요.
둘째는 제왕절개를 했습니다. 수술중에는 바로 재워달라고 해서 아무 느낌도 없이 아기를 잘 꺼냈고요. 하지만 아기를 낳고 나서 회복할 때 너무 아팠어요. 첫날 몇 시간은 마취가 덜 풀려 그나마 괜찮길래, 어? 할만한데?라고 생각했다가, 서서히 마취가 풀리면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어요.
특히 자궁수축제가 링겔에 들어가면 완전 초 죽음입니다. 자궁 수축제가 들어가면 엄청난 진통과 같은 고통이 밀려옵니다. 간호사가 많이 아프면 링거에 있는 버튼을 누르라고 하더라고요.
그 버튼을 누르면 진통제가 많이 나온다고. 하지만 정말 너무 아파 눈물이 자동으로 나올 정도였지만 버튼을 누를 정도는 아니라 참고 버텼습니다. (첫째 진통의 고통과 비교하면 참을만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점은 제왕절개 둘째 날부터 일어서서 걸어야 하는데, 이게 정말 힘듭니다. 주변 도움 없이는 일어서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걷는 것도 어려워요.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정말 힘들어요.
주변의 도움 없이는 일어나지 못합니다. 걸음마를 다시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장이 쏟아지는 느낌이라는 표현이 많던데, 암튼 몸을 찔끔찔끔 움직일 때마다 배가 아주 아픕니다. 기침할 때, 웃을 때, 딸꾹질 할 때 등 이러한 사소한 것들을 할 때조차 배가 무진장 아픕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아 힘들었어요. 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침대에서 일어서기도 힘겹게 일어 나하고. 반 불구 된 느낌이었어요.
회복 속도는?
자연 분만은 아기를 낳고 몇 시간 회복시간을 가진 후, 입원실에 가서 식사도 바로 하고 먹고 싶은 음식도 다 먹었습니다. 회음부가 무진장 아팠지만 그래도 앉아 있는 것만 아니면 걸어 다니거나 누워 있는 것 정도는 괜찮았아요. 입원도 2박 3일만 하고 바로 조리원으로 올라갑니다.
저는 첫째 자연분만때 회음부와 항문까지도 찢어져서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도 한 달 안에 모두 회복되고 정상적으로 생활이 가능했습니다.
제왕절개는 아기를 낳을 때 죽을듯한 고통은 없지만 수술 후 회복이 너무 느렸습니다. (노산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3개월까지도 회복이 안되었습니다.
제왕절개 후 지금 4개월 5개월 차에 접어들었는데, 상처부위가 아직도 가렵고 욱신 거리기도 합니다. 주위 엄마 말로는, 몇 년이 흘러도 비가 오면 상처부위가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아기띠로 아기를 안거나 무리를 하면 상처부위가 따끔따끔 아파요. 그리고 수술 절게 한 부위 주변이 감각도 없어집니다. 이 부분은 점차 회복이 된다고 하던데 5개월인 지금도 감각이 없는 걸로 봐서 회복되는데 꽤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제왕절개는 회복도 너무 느리고 후유증도 너무 큰 게 단점인 것 같아요. 지금 5개월에 접어들었는데 수술 주변 배에 감각이 없어서 내 몸이 뭔가 하자가 생긴듯한 아쉬움도 있고, 아직도 배를 바닥에 두고 눕는 게 조심스럽고 조금 무섭습니다.
그리고 첫째 아이와 자다가 아이가 배를 발로 차게 될까 아직도 무서워요. 상처는 길게 남긴 했는데, 거의 비키니 라인 안쪽이라 수영복을 입어도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습니다.
비용?
자연분만은 2박3일만 입원하면 돼서 병원비도 덜 나옵니다.
제왕절개는 수술이기도하고, 5박 6일이라는 꽤 오랜 시간 입원을 해야 해서 병원비도 더 많이 들고, 수술 상처에 들어가는 연고, 밴드 등도 비싸 이후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3번 바르는 연고가 약 10만 원대이고 붙이는 연고도 꽤 비쌉니다.
장단점 정리
자연분만 장점
- 제왕절개에 비해 병원비가 적게 나온다
- 회복이 빠르다
- 후유증이 거의 없다
- 낳기만 하면 고통이 끝난다
- 낳기만 하면 다음날 바로 정상인처럼 생활이 가능하다
- 아기도 더 빨리 안아 볼 수 있다
- 보호자 없이도 혼자 애 낳으러 갈 수 있다(몇 시간 후 바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자연분만 단점
- 자연분만 실패 시 제왕절개를 할수도 있다 (실패할 수도 있음)
- 낳을 때 진통 고통이 너무 세다 (트라우마 남을 정도.. 사람마다 달라요)
-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예정일이 되면 조마조마하다
- 힘을 너무 줘서 다른 곳이 다칠 수도 있다
- 회음부 및 항문까지도 찢어질 수 있다
- 회음부가 아물 때까지는 앉아있는 게 힘들다(한 달 내로는 거의 다 회복함)
제왕절개 장점
- 낳을 때 엄청난 고통은 없다
- 아기가 잘못될 일이 없이 안전하게 꺼낼 수 있다
- 미리 수술날짜를 잡기 때문에, 남편 등 주변 도와줄 사람들과 미리 스케줄을 잘 잡을 수 있다
제왕절개 단점
- 회복이 너무 느리다
- 후유증이 크다 (5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도 아프다, 배에 감각도 없고)
- 비용이 더 든다 (자연분만에 비해 약 1.5배 정도 더 드는 것 같아요)
- 상처가 남는다
- 아기를 늦게 안아본다 (아기를 낳자마자 보지도 못하는데 며칠 후에 안아볼 수 있으니 아기가 더 안쓰럽더라고요)
- 보호자가 꼭 필요하다 (보호자가 있어야 침대에서 일어나고 걸을 수 있다)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추천은?
병원에서 자연분만 가능할 것 같다고 하고, 내가 한 번 해보겠다는 의지와 용기가 있다면 자연분만을 하길 권장드립니다. 제왕절개는 회복도 너무 느리고 후유증도 너무 커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자연분만은 대신 그 일시불 고통이 너무나 커서.. 꿈에 나올까 무서운 고통이라... 이 부분만 정신력으로 잘 버티실 수 있고 몸도 따라 준다면 무조건 자연분만 하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출산때 진통이 너무 두렵고 내 몸도 따라 주지 않는다면 제왕절개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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